친명 좌장이 띄운 ‘중도보수 대연정’

2025. 02.20(목) 22:35

이재명(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충남 아산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동석(세 번째) 사장 등 임직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 발언이 당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진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언급하며 ‘중도보수 대연정’ 가능성을 내비쳐 파장이 예상된다.

정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에 대해 “합리적인 보수 또는 중도보수, 이런 분들까지 저희들과 같이해야만 국민을 통합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 일부 세력, 개혁신당까지 해서 중도보수연대를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이해해도 되는 거냐’는 진행자 질문에 정 의원은 “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 전 대표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이 의원을 거론한 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을 위해 DJP연합도 하고 굉장히 보수적인 분들과도 함께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대연정을 실현하면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민주당이 친중도보수라는 ‘텐트’ 아래 뜻이 맞는 국민의힘 인사들까지 모아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한 전 대표 등 실명이 거론된 인사들은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가 중도보수 노선을 강조한 데는 윤 대통령 계엄·탄핵 사태에서 좀처럼 오르지 않는 민주당과 이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보수층까지 끌어들여야 대선에서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과 무관치 않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특히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나 대구·경북에 있는 국민은 보수적 색채가 강하지 않나. 그분들을 아울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이 지난 대선보다 더 근소한 차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확실한 승리를 위해 우리 지지자가 아닌 쪽을 포섭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반대하는 여권 인사와도 만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나왔다.

고민정 의원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도 한 전 대표와 이 의원, 유 전 의원 등을 어떻게 한 테두리 안에 넣을 것인가 분명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주문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한민국 정치가 새로운 단계로 업그레이드되려면 가능한 세력이 모두 참여하고 정책을 협약한 뒤 그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내각에 함께 참여하는 한국형 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보수 연대론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공감은 할 수 있다 해도 이를 당의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대선 승리와 국민 통합을 위해 반대 측과 연대할 수 있지만 ‘중도보수’라는 노선 자체가 민주당의 색깔이라고 규정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 대표가 당내 논의 없이 중도보수 노선을 밝힌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로 이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김 전 대통령이 DJT 연합, 소위 김종필(JP)·박태준(TJ)과 손을 잡고 (대선에서) 이겼지만 김대중 정책이 보수로 가지는 않았다”며 연대와 노선을 규정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도보수 연대의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다.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반대 세력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서다.

노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 ‘대연정’을 언급했지만 임기 후반 정권 운영 동력이 상실됐을 때여서 여야 모두 지지를 얻지 못했다.

2016년 1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 국면에서 야권 대선주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연정을 꺼내자 민주당 내에서 ‘적폐청산 대상과 손을 잡으라는 거냐’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에 대해선 여당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 본인은 과거 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고 ‘재벌체제 해체’를 운운하고, 당 주류는 과거 운동권 시절 반체제운동을 해 왔는데, 이제 와서 오른쪽을 운운하고 있다.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전국타임즈/서울 김남식 기자 ch4895@naver.com        전국타임즈/서울 김남식 기자 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