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집단 사직’… 환자 손 놓았다

2024. 03.25(월) 23:54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전국 의대 교수들이 ‘무더기 사직’을 시작한 25일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수거함에 넣고 있다.

[서울]의과대학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됐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만나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교수들은 25일 사직서 제출을 강행했다.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돼 ‘2000명 증원’ 재검토 등 의료계의 요구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때까지 정부를 압박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직서 제출을 주도한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성명에서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비대위는 소속 의대들의 사직서를 취합해 대학에 제출하기로 했다.

당장 26일 대학에 사직서를 전달할 수도 있으나, 협상 상황을 지켜보며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거나 사직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재직 교수 767명 중 433명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냈다.

순천향대 의대 교수 233명 중 93명도 교수협의회에 사직서를 냈다.

충북대병원에서는 교수 100여명 가운데 20명, 의대에선 131명 가운데 30여명이 사직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 전임·임상교수들도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조선대 의대에서도 일부 교수가 사직서를 냈다.

다만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해도 당장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아니어서 더 큰 혼란에 빠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총리실을 중심으로 ‘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계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는 자세로 일정을 잡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안과 관련해 당사자 격인 주체가 참여해야 실효성 있는 대화가 될 수 있다. 전공의가 참여하는 게 가장 좋은데, 현안을 대변할 수 있는 곳은 다 포괄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전의교협 등과 마주앉은 뒤 대화를 원하는 단체들을 끌어모으는 ‘개문발차’식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면허정지는 대화 기간 보류할 계획이다. 전공의 면허 정지를 28일로 유예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별도로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

서로 대화 노력을 하고 있으니 (면허정지 등으로) 찬물을 끼얹는 것은 자제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의 유화 제스쳐에도 교수, 전공의들의 반발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어 국민 설득과 지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를 대상으로 정부 지원에 대한 수요 조사에 착수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 교육 6년간 얼마나 지원이 필요한지 거의 정리했고 (정부 지원 수요) 공문은 내일쯤 나갈 것”이라며 “사립대에도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립대 수요 조사는 시설과 인력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대학 자체 재원 외에 한국사학진흥재단 융자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고 기획재정부와 예산 확대를 협의하기 위한 절차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이날 휴학계 수리를 대학에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낸 데 대해 교육부는 “동맹 휴학은 승인 불가”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은 학교에 복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타당성이 없으면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고 해도 휴학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대학 학칙에 맞게 ‘유효 휴학’을 신청한 건수는 이날 기준 누적 9109건으로 전국 의대 재학생의 48.5% 수준이다.

대화 논의와는 별개로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한 경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5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 대표 기모씨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명단인 ‘블랙리스트’가 커뮤니티에 게재된 것과 관련해 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은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스태프에는 이달 초 현장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이 게재된 바 있다.

경찰은 또 의료계 집단행동을 부추기고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는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 1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경찰은 그동안 조사 과정에서 이 관계자의 혐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타임즈/서울 김남식 기자 ch4895@naver.com        전국타임즈/서울 김남식 기자 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