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北 가상자산 탈취 차단해야”… 中에 손짓하며 북러에 경고

2023. 09.08(금) 00:03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첫 번째) 미국 부통령, 나렌드라 모디(두 번째) 인도 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서울]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한중 회담은 양국 최고위급 인사 간 소통을 이어 가며 한중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중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중 회담은 윤 대통령이 북한과 무기 거래, 군사기술 협력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를 향해 강한 어조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가운데 개최됐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가 참석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불법 탈취와 해외노동자 송출을 차단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는데, 이는 사실상 중국을 향해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미일의 초밀착과 맞물려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 수위를 한층 더 높이면서도 중국에 대해서 이들과 분리해 접근하는 전략을 드러낸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북한의 불법, 은밀한 행동들이 중국이라는 영토와 공해상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유엔 안보리의 기존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는 데 중국이 나섰으면 좋겠다는 역할의 촉구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은 이 같은 한중 관계 관리모드의 연장선에서 개최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이 구체적인 의제를 갖고 만난 것이 아니지만, 리 총리가 중국 경제 최고책임자라는 점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경제 부문의 협력을 점검하고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역시 미국의 압박 속에 자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한중 관계를 안정시킬 필요성이 한층 더 커진 상황이기도 하다.

중국의 절대적 1인자인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대좌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연내 다른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중 정상 간 만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불어 이번 회담이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재개로 가는 연결고리 성격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 한중 회담은 리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회담이 불발된 가운데 성사돼 더욱 주목받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으로 악화된 중일 관계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이 한국이 한일 관계를 복원한 데 이어 중국에도 손을 내밀며 한중일 관계에서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국타임즈/서울 최진성 기자 ch4895@naver.com        전국타임즈/서울 최진성 기자 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