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시어부] 바다 잃은 어민, 즐길거리·먹거리서 새 활로
마시안어촌계 '유어장'으로 소득 창출 운북어촌계, 회센터 만들어 7년째 성업
| 2021. 08.02(월) 22: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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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영종대교가 만들어지기 전 섬에서 육지로 나가는 유일한 관문이었던 중구 영종도 구읍뱃터. 영종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어민들의 항구이기도 한 이 곳 일대에는 이제 어업의 흔적이 옅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초 찾은 뱃터에는 어선으로 보이는 배들이 10척도 채 되지 않았다. 뱃터 근처 낚시용품을 빌려주는 가게와 ‘뱃터어시장’이라 적힌 회센터 정도만 어촌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2019년 기준 구읍어촌계 어민들은 76명에 불과하다.
어업이 밀려난 뱃터 주변을 감싸는 분위기는 화려함이다. 관광객들을 위한 여러 호텔과 독특한 디자인을 갖춘 카페들이 뱃터를 둘러싸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구읍뱃터 해변에 특화거리를 조성 중이다.
인천 중구 영종도가 바뀌고 있다. 어업과 농업이 주업이던 영종도는 지난 30년간 이어진 개발로 지형이 바뀐 지역이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 불렸던 인천국제공항 매립 건설은 영종·용유·삼목·신불도 섬 사이를 메워 4개 섬을 하나의 육지로 만들었다. 이후 공항 배후 단지로 영종국제도시가 개발되며 영종도는 10만 인구를 갖추며 도시가 됐다.
하지만 개발 뒤에 숨겨진 희생은 언제나 어민들의 몫이었다. 공항 부지 56.1㎢ 중 갯벌과 염전 매립지가 46.2㎢다. 바다를 잃은 어민들은 공항 청소와 같은 단순 업무를 담당하는 도시 하층 노동자가 됐다.
과거 서울로 가는 수산물을 직접 공급할 만큼 영종도 어업 중심지였던 예단포항. 한 때 200호 가구가 살며 어업에 종사했던 곳이지만 운북어촌계에 따르면 현재 계원은 105명, 이 중 실제 조업하는 인원은 절반에 그친다.
운북어촌계는 요식업으로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항구 인근 공유수면 매립지에 약 7년 전 들어선 회센터는 이들 계원들이 만들어 중구에 기부채납한 건물이다. 회센터는 약 20개 상가 점포로 구성돼 있다. 지난 6월 초 찾은 예단포항 회센터는 평일 낮임에도 주차장이 거의 꽉 차 있었다.
김윤조 운북어촌계장은 “공항이 생기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물 흐름이 바뀌어 어업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교통이 편리해진 이점도 있다”며 “그래서 이제는 어업만 고집할 필요가 없고 고집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상호 이화여대 교수는 ‘서해안 갯벌 매립과 일상생활의 변화’(2015) 논문을 통해 “도시의 하층일용직 노동자로의 ‘전업’은 어민들에게 삶의 방식을 바꿀 것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위상 역시 낮추는데, 갯벌과 바다에서 그들은 갯벌전문가 바다전문가지만 도시에서는 비전문적인 하층노동자 중 한 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어민들의 전문성과 독특한 민속을 인정한다면 기존의 ‘매립->보상->전업’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보다 역동적이고 상생적인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제안했다.
전국타임즈/인천 김성길 기자 ch4895@naver.com 전국타임즈/인천 김성길 기자 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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